2,3년전부터 은퇴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회사를 짤리면 어떻하지.. 나이먹고 아프면 어떻하지.. 아이 학비는..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될텐데 그러면 무슨돈으로 생활하지.. 등등
어떤 책에서 은퇴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얼마가 필요할지 계산해보라는 내용을 읽었고, 계산을 해보니 30억 정도가 필요해 보였다. 현재 내나이에 10년정도 일을 더 할 수 있다면 맥스일텐데 30억을 모으기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17,8년을 일을 하면서 모은돈을 생각해 봤을때 정말 택도 없는 금액이었다.
그러면서 투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투자말고는 방법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투자를 시작했다.
2010년 결혼 4년차 아들이 태어나면서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필요가 생겼고, 부동산 시세와 관계없이 살기 좋은 곳으로 주택을 마련했다. 살기 좋은 곳에 대한 우리의 기준은 당시 맞벌이 였기 때문에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부모님 댁 근처,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 이 두가지가 가장 큰 기준이었던것 같다.
비록 2/3는 대출이고 22평의 작고 낡은 아파트였지만 전세에서 자가로 바뀌면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컸던것 같다. 당시 대출이자가 지금에 비하면 엄청 높았지만, 맞벌이 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후에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외벌이를 하게 되었지만, 금리가 내려가 낮은 이율로 대출을 갈아타면서 이자부담이 줄어 들었고, 아내가 재택근무로 할수 있는 일을 하게되어 내 심적인 부담도 줄어들었었다.
아들이 점점 자라서 초등학교를 입학할때가 되다보니 좀 더 넒은집이 필요해졌고 새아파트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청약을 알아보게 되었고, 몇 군데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청약에 당첨되었고 2018년 새집에 입주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투자에 대해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살고 있던 집이 점점 가격이 올라가고 있었고 입주할때쯤에는 매매가가 두배쯤 올라 있었다. 분위기는 좀 더 올라갈것 같았고, 입주시점에 기존집을 매도하지 않고 일시적 2주택비과세로 가져가기로 하고 전세를 주었다. 당시에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기준이 3년내 양도 였기 때문에 3년동안 더 보유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은퇴에 대한 불안함이 생기고 양도 차익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생 처음으로 여유자금이란 것을 가지게 되다보니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식은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부동산 투자가 더 끌렸던것 같다. 부동산 투자로 방향을 정하고 강의를 듣고 관련책을 사서 보고 임장을 다녔다. 2020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부동산을 간다거나 집을 본다거나 할수는 없었고, 차안에서나 도보로 주변을 둘러보는게 임장의 전부 였지만, 와이프와 함께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투자를 한다는 새로운것에 대한 도전으로 재미도 있었던것 같다. 이때부터 은퇴에 대한 불안함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2020년 입주후 2년이 되는 시점에 기존 집을 매도하기로 결정하고 4월에 계약하고 6월말에 잔금을 치뤘다. 10년을 갖고 있던 집이지만 3,4년 사이에 엄청올라 매수금액보다 2.5배 정도 올라 있었다. 매도 후 1년사이에 처음 매수했던 금액만큼 더 올라 있었지만 아쉽다기 보다는 참 놀라운 경험이었던거 같다.
그 돈을 시드머니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위해 강동, 일산, 의정부, 평촌, 분당, 김포, 부천, 울산등을 둘러보았다. 다른곳은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나고 결과적으로 기존 집 계약 후 잔금 치루기 전 5월에 비조정지역이었던 일산과 의정부의 분양권을 매수했다. 김포도 하나더 살까 하다가 일산과 지역이 겹치고 검단의 공급량으로 인해 한동안은 안오를것 같다고 판단했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잔금은 기존 집 잔금일 이후로 계약을 했는데 그 사이에 6.17 대책이 나오면서 일산과 의정부가 조정지역으로 변경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될 위기에 처했고, 입주기간이 많이 남은 일산은 잔금 일정을 당겨서 6/18에 잔금을 치뤄 중도금 대출을 받고, 의정부는 입주기간이 얼마남지 않았기도 해서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고 기존 집 매도후 남은 잔금과 신용대출을 이용해서 겨우 잔금을 치룰 수 있었다.
2020년말 의정부가 입주를 시작했고 전세로 세를 놓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전세가 빠지지 않았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가고 있는데 부동산에서는 월세는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아내와 고민을 해보고 취득세 중과때문에 어차피 더이상 투자는 힘들것이라 생각되어 월세를 놓기로 결정하고 그후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아파트가 아니라고 해도 오피스텔, 지산, 상가등 투자처는 많았고 난 돈이 없을 뿐이었다.
2021년 일산, 의정부, 현재 사는집까지 모두 오르고 있는데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일산까지 등기치게되면 종부세도 부담이 될것 같고 팔자니 양도세가 너무 많았다. 결국 난생처음으로 세무상담이란것을 받아봤다. 상담 결과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에 초점이 맞춰졌고, 일산 등기후 의정부를 팔면 일시적 1가구 2주택 비과세가 가능하여 의정부, 현재 집, 일산 순으로 매도를 하고 똘똘한 한채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의정부가 월세로 되어 있어 매도가 안될것 같았다. 다 포기하고 다주택자로 버텨보기로 했다.
2021년말 의정부 세입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내년 1월에 분양받은 집으로 입주를 해야 해서 집을 빼야 한단다. 너무 기뻤다. 드디어 의정부를 팔 수 있게 되었구나.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11월 3주택에서 한채 매도후 일시적 1가구 2주택에 대한 유권해석이 기재부에서 나왔고, 결국 계획했던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고 새로운 플랜을 세웠다. 의정부를 팔더라도 일산이 비조정지역이었기 때문에 3년내에 현재집을 팔면 일시적 1가구 2주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산 등기 후 의정부를 1년내에 매도하고, 현재 집을 최종 1주택 조건에 맞춰 2년을 더 가지고 있다가 일산 등기 후 3년이 되기전에 팔기로 플랜을 세웠다.
의정부를 매도로 내놨지만 갑작스런 거래절벽으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일산 비과세를 위해서는 입주를 해야 하는데 아내가 아들 초등학교 졸업전에는 일산으로 갈 수 없다고 하여 등기 1년후 입주를 하기로 하고 단기 임대 월세를 주었는데.. 의정부가 팔려야 내년초에 잔금을 치룰 수 있다 그런데 거래 절벽 ㅎㅎㅎ
이제 내년 잔금을 어떻게 치룰지 대책을 마련중이다. 빨리 의정부가 팔리길 기도하고 있다.
참 쉽지가 않네.
일산과 의정부의 분양권을 산것은 아무런 전략없이 돈이 부족하다보니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비조정지역 분양권을 산거였는데 일산의 경우는 비과세까지 가능하게 되어 참 운이 좋았던것 같다. 좋은 부동산중개사를 만난것도 행운이었다. 일산과 의정부가 동일한 조건이었는데 일산의 경우는 부동산에서 잔금일을 당기도록 조언도 해주고 매도자와 협의도 해줘서 비조정일때 잔금을 치룰수 있었고 이로인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투자를 처음 시작할때는 양도세는 어차피 번거에서 내는거니 양도세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내야할 세금이 내 수중에 들어오는 돈보다 많아지니 세금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더군.
짧은 경험과 두번의 상담 결과 자산이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비과세를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은퇴를 고민하게 되며 투자를 시작하게 된건 참 다행인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것도 잘 한일 같다. 어느정도 수준의 근로소득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도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투자와 근로소득(일) 의 균형을 맞추며 일을 할 수 없을때까지 즐겁게 두가지를 병행할 수 있을것 같다.
투자를 부부가 같이 한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신경을 쓸 수 없는 근무시간에는 아내가 주로 투자와 관련된일을 하고, 매수/매도에 대한 결정을 할때는 아내와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고, 임장도 같이 갈 수 있고 어떤 일을 아내와 한다는 것이 가끔은 전우애 같은것을 느끼기고 했던것 같다.
내 관점에서 쓰다보니 후에 기억력이 줄어들때쯤 이글을 내가 다시 본다면 투자를 내가 한것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속지마라 모든 투자의 주는 아내였고 나는 부였다.
아직 은퇴를 위한 목표 금액을 다 모으지 못했지만 은퇴까지 남은 기간동안 목표달성을 위해 계속 투자할 것이다